
친구들에게 요즘 "설득의 심리학"이란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할 때 돌아오는 반응은 "그럼 나도 설득시켜봐."였다.
설득하는 방법보다는 알게 모르게 설득당하던 인간의 심리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라고 변호를 했지만, 순간 부끄러웠다.
설득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설득할 자신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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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무슨 목적으로 이 책을 읽은 것일까.
이 책에서는 공통적으로 '누르면, 작동하는' 인간의 심리에 대해 서술한다.
복잡한 사고를 거치지 않고 뇌의 에너지를 아끼기 위한 행동들.
다양한 실험과 예시를 보면서 나 역시 피실험자와 동일한 경험이 많았기에 공감이 갔다.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건 4장과 5장, 사회적 증거와 권위 원칙이었다.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회적 증거는 어떤 상황이 낯설어 불안을 느끼는 사람, 그래서 결과적으로 외부의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이 선택할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한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읽으면서 첫 개발 리뷰때가 생각났다.
"A말고 A'는 어때요? B는요?"라는 질문이 쏟아졌고,
나는 "다시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기획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이 나였는데,
막상 발표에서는 "나보다 연차가 높으시니까", "나보다 기술을 잘 이해하실테니까"
라는 생각에 휩싸이며 내가 한 기획에 자신이 없어졌다.
낯설고 불안한 상황 앞에서 내 생각을 믿지 못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많은 상황에서 타인에게 기댔던 것 같다.
좋게 평가하자면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큰 상관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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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을 나도 모르는 사람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의사결정을 위한 설득을 하려고 하니,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대중이나 권위자를 따른다는 것.
책에서 서술한 예시들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룬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는
무비판적으로 명령에 따르거나 깊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은 죄라고 말한다.
나는 사유하지 않은 죄를 빈번히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 어떠한 기술을 배울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술보다는 반성을 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나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는 것.
결국 외부의 신호로 채운 공허한 메시지가 된다.
설득은 결국 '스스로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가'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어떠한 상황에서든 부끄럽지 않도록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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